먼저 주성철 얘기를 하기 전에 전작 <범죄도시 2> 이야기부터 잠깐 할게요.
<범죄도시 2>는 15세 등급 받았죠. 어떻게 15세 등급을 받긴 받았는데.
본 사람들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이게 어떻게 15세 등급을 받았지?’ 싶을 정도로.
사실상 수위만 놓고 보면 청소년 관람불가급 잔혹함이었어요.
요즘 영등위가 좀 널널해진 감이 있어서 그렇지.
<범죄도시 2> 15년 정도만 전에 나왔어도 빼박 청소년 관람불가였을 겁니다.
솔직히 개봉 당시 그냥 청소년 관람불가로 나왔어도 아무도 놀라는 사람 없었을 거예요.
15세 관람가 영화 중 가장 잔혹한 영화에 속하니까요.
그런데 이 관람가 연령이요. 상당히 중요하긴 합니다.
관람가 연령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서 관객 동원 규모가 아예 달라지니까요.
그러니까 벌 수 있는 돈의 크기가 달라지는 겁니다.
<범죄도시 2>가 1200만 관객 동원했죠?
그런데 만약 <범죄도시 2>가 15세가 아니라 청소년 관람불가였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손익 분기점은 넘기며 입소문에 힘 입어. 전 편 못지 않은 흥행은 했겠지만.
1000만 관객은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그걸 잘 안 이상용 감독은 원래는 청소년 관람불가로 제작 중이었던 <범죄도시 2>를
대폭 편집하는 방향으로 가 가까스로 15세 관람가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청소년 관람불가로 제작하고 있던 작품을 어떻게 운 좋게 15세 등급으로 받아는 냈지만.
이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지. 이게 청소년 관람불가급으로 만들어서 편집을 거친 뒤
3편에서도 다시 한번 가능하리란 보장은 없었죠.
이미 <범죄도시 2>를 통해 1000만 관객의 맛을 낭낭하게 한 번 본 <범죄도시>.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도 혈흔이 낭자하고 신체가 결손되는 묘사로 범벅을 해
주인공 마석도에 맞서는 빌런의 잔혹한 캐릭터 성을 살리는 기존 방법으로
다시 15세 관람가를 받아내겠단 것은 크나큰 모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범죄도시가 벌써 1편, 2편 연속으로. 사람을 잔인하게 도륙내 죽이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잔혹한 빌런의 캐릭터성을 내세운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또 이를 그대로 반복한다면 자칫 자기복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루즈해질 가능성 또한 높았죠.
보통 범죄도시와 같이 최강의 주인공을 내세우는 인기 시리즈에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런 때마다 주는 빌런의 변주 패턴 중 하나.
그건 바로 그 최강의 주인공을 적으로 만들어서 (드래곤볼 오공 블랙, 분노의 질주 돔.)
새로운 위기감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법인데요.
저는 이번 <범죄도시 3>의 빌런 주성철이 그 비슷한 어떤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잘 보면 주성철 캐릭터의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마석도와 굉장히 닮아 있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먼저 형사라는 점에 큰 체격. 싸움도 기존의 범죄도시 빌런들과는 달리 날카로운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큰 육체에서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묵직한 한 방 한 방을 꽂아 넣는 스타일로.
상당 부분 이전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와 꽤나 유사합니다.
전편들을 통해 마석도가 홀로 강력한 조직들을 상대하고 박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주성철 역시 혼자서 백상어파를 박살낸. 마석도 못지 않은 강력한 경찰이었단 점 역시
그러합니다.
하여 빌런 주성철 캐릭터는 ‘만약에 괴물 형사 마석도가 적이었다면?’ 의 변주로 저는 보고 있는데요.
외모까지 완전 마동석의 느낌으로 가기 보단
작 중 대사로 한 번 코믹하게 짚기도 한.
마동석과는 상반된 잘생긴 배우인 이준혁의 캐스팅으로.
그러니까 게임으로 치면 잘생긴 스킨을 씌운 마석도로 볼 수 있는 거죠.
즉, 이전 시리즈들에서 몇 번이고 소비된, 흉기로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는 빌런 캐릭터로는.
아무리 쎈 캐릭터를 들고 나와도 관객들에게 맨 처음 장첸이나 강해상을 봤을 때만큼의
감흥을 처음처럼 끌어낼 수가 없고.
그래서 나름 이번 <범죄도시>가 선택한 것은
강력한 원톱 주인공을 내세우는 시리즈물들에서 한 번 즈음은 거쳐간다는.
최강의 주인공을 적으로 내세워 위기감을 조성하는 방법이었는데.
여기서 한 번 변주를 주어,
‘만약 최강의 주인공 마석도와 같은 스타일의 경찰이 적이라면?’
이란 접근으로 강력한 형사인데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악당 주성철의 캐릭터를 만들어
무적의 주인공 마석도와 맞서게 한 것이
이번 <범죄도시 3>의 메인 빌런.
주성철 캐릭터의 탄생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통해 주먹, 주먹에서 조금 더 잔인해 봐야 방망이나 공구 정도를
휘두르는 빌런을 메인으로 내세워
청소년 관람불가가 될지 15금이 될지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지 않고.
확실하게 15세 관람가로 굳히고.
2편에 이어 이번에도 1000만 관객을 노려볼 여지를 만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네, 그러니까 <범죄도시 3편>의 마지막 마석도와 주성철의 1대1 대결은
어찌 보면 이전까지의 마석도의 느낌을 주기도 하는 주성철을
이번 3편으로 전 편의 액션 스타일을 뛰어 넘는
보다 더 속도감 있는 복싱을 장착하고 나온 마석도가 압도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겠죠.
심지어는 야구 방망이, 너클처럼 사용하는 수갑, 총까지 쓰고도
너무 많이 맞아서 아픈 상태였던 마석도에게 압도적으로 졌기 때문에
이를 통해 관객들에겐 주성철이 더 약해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이번 영화에서 마석도의 액션이 전 편보다 더
강력해져서 돌아왔다는 걸 은연 중에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꼭 이러한 의도적인 의도가 아니더라도.
이번 <범죄도시 3>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은 메인 빌런 주성철 캐릭터에
왜인지 모르게 아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칼로 잔인하게 난도질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뭐 그런 이유는 절대 아닌데요.
이전 범죄도시 시리즈들의 빌런들.
무엇 하나 두려울 게 없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던 장첸과 강해상에 비해
이번 3편의 빌런 주성철의 경우엔 주변과 상황의 눈치를 보는 모습들을
꽤나 자주 보여줬습니다.
맨 처음 마약조직에 붙잡힌 인천북부 경찰서 마약팀 정경식 팀장이
재갈이 물린 상태에서 같은 경찰인 주성철을 알아보고 마구 소리치자.
빠루로 그를 죽일 듯이 패 입을 막아버리는 모습.
마석도가 그를 찾아와 협조를 요청하자, 제 발 저려 날선 모습을 보이는 등.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마석도의 의심을 사는 모습.
자신의 경찰 부하가 약을 찾던 중 리키에게 당해 토모의 사무실에서
시신으로 발견 돼 자신이 꼬리를 잡힐까 안절부절 하는 모습.
경찰이기에 도망가지도 못 하고. 애매하게 눈치 보는 그런 모습.
이건 주성철 캐릭터가 경찰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분명한 한계죠. 사실 당연한 건데, 이전의 빌런들은 이러한 제약이 없이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미친 듯이 날뛰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빌런들이 무서웠던 건데.
작품 전반적으로 주성철은 아주 눈치를 보는 캐릭터였습니다.
이번 빌런 주성철의 경우엔 지금까지의 <범죄도시> 시리즈의 빌런들이 장착하고 있던
무서움의 근본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날뛴다는 그 속성이 매우 약해진 캐릭터입니다.
경찰이기에 직접 나서지 못하고 현장을 숨어서 지켜보는 모습.
이후에는 장첸이 그러한 것처럼 더 강하게 나가서 재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러 장면에서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에서
이미 관객들은 은연 중 본인 스스로도 모르게
전작의 빌런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날뛰는 장첸, 강해상과
이런 사리는 모습을 보이는 현직 경찰 빌런 주성철과 비교하게 되면서.
빌런으로서의 임팩트에 있어
주성철이 전작의 빌런들에 비해 많이 약하다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러한 경찰이란 직업적 한계에 기인한
메인 원톱 빌런으로서의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성철 캐릭터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범죄도시 3>는 빌런 캐릭터 하나를 더 끼워 넣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온 야쿠자 칼잡이 해결사 리키 캐릭터인데요.
이 캐릭터로 괴물 형사 마석도와 미러전을 하는
큰 체격과 힘 그리고 주먹을 내세운 주성철의 싸움엔 없는.
하지만 이전 시리즈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던
잔혹한 묘사 느낌을 가져올 수 있는 흉기를 쓰는 빌런에 대한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요소죠.
뭐 사실 이 리키 캐릭터 연출도 15세 관람가를 받기 위한 모험을 굳이 하지 않기 위해
잔혹한 묘사를 직접 보여주기 보단. 사운드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그 잔혹한 묘사 부분은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지만요.
사실 리키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 일본도를 쓰는 빌런이라
어떻게 제대로 맞아도 팔 다리가 무조건 잘리거나 또 상대가 죽을 수밖에 없어서.
오히려 주인공 마석도와 싸울 때 관객들 대부분은 오히려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한 두 번 스치는 거 말고는. 주인공 마석도에게 리키의 칼날이 닿을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이 서브 빌런 칼잡이 리키의 등장으로.
흉기로 난도질 해 끔찍하게 사람을 죽인다는 점과.
무법천지의 국외 출신 강력 범죄자로. 도무지 국내 공권력의 눈치도 보지도 않고
마구 설치고 다닌다는 시리즈 빌런의 전통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러한 리키의 부분이 메인 빌런 주성철을
더 초라하고 약하게 보이게끔 만든 결정적인 부분이라 생각하는데요.
이전 시리즈들은 원톱 메인 빌런들을 내세워 많은 시간을 할애해
그들이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 공포의 대상들인지 충분히 설명한 데 비해.
이번 3편에서의 메인 빌런 주성철은 오히려 그 기회를
서브 빌런인 칼잡이 리키에게 많이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본래 전통적인 시리즈 빌런들의 전통적 역할.
잔혹하게 흉기로 사람을 해한다는 점과 공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잔혹한 범죄를 쉼 없이 저지르고 다닌다는 부분 역시
모두 리키에게 빼앗겼죠.
작 중 주성철이 제대로 뭔가 해낸 것이라곤
교통사고를 내 약을 빼돌린 것과.
또 마찬가지로 리키를 속여 약을 빼돌린 것.
이렇게 총 2번 약을 중간에 빼돌린 게 다입니다.
근데 리키를 속여 약 빼돌린 것도 사실 마석도에게
당한 거였죠. 따지고 보면 진짜 빌런으로서 뭐 대단한 걸 제대로
한 게 없는 빌런이었습니다.
경찰이라 눈치보며 나서지 못 하고 숨어서 지켜보고.
중간에서 안절부절 못 하지만 그렇지 않게 보이기 위해 쩔쩔 매면서.
약해 보이지 않게 더 큰 소리 치고 강한 척 하는 모습만 보였을 뿐이에요. (아이젠 소스케)
만약에 잔혹하게 설치고 다니는 일본 야쿠자 칼잡이 리키를
주성철이 주먹만으로 압도해 끔찍하게 죽이는 장면이 나왔더라면.
그렇게 해서 이 주성철의 <범죄도시> 시리즈 빌런으로서의 잔혹성과
강함을 더 제대로 보여주면서. 리키가 가져간 빌런으로서 조명 받을 수 있는
시간적 기회까지 가져와. 보다 더 매력적인 빌런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 듭니다.
자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하는 <범죄도시 3> 빌런 주성철이 약해 보이는 이유였는데요.
혹시나 저와는 다른 여러분들의 의견 있으시다면 댓글 남겨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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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까지 정발산동 초롱이 민호타우르스였습니다.